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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아일기

사도 바오로의 가시

글쓴이 : 안수정 2021-04-04

"내가 자만하지 않도록 하느님께서 내 몸에 가시를 주셨습니다. 나는 그리스도의 힘이 나에게 머무를 수 있도록 더없이 기쁘게 나의 약점을 지랑하렵니다." (코린터 후서 12장..) 여러 해 동안, 여러 시간동안 육체의 한계를 경험하며 살아 왔었다. 전능하신 그 분께 기도도 드려보았고 주변 지인분들에게 기도나 미사 등의 도움들도 적극 청해 보았었다. 그런데 몸에서 느껴지는 극도의 피곤함과 짓눌리는 듯한 고통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마음의 병이 몸으로 온 것이었을까. 매일 쏟아지는 과다한 업무를 피할 수는 없었다. 벗어나고 싶었고 도망가고 싶었지만 딱히 이렇다할 해결책 등은 주어지지 않았다. 그저 매일 나의 한계를 마주하며 시간을 보내야했고 그러한 한계점이 노출되는 것들이 나에겐 고통으로 다가왔다. 더 이상 도망갈 곳은 없었다. 상황은 내가 원하는 쪽으로 바뀌지 않았다. 방법은 단 하나뿐이었다. 내가. 내가. 변화해야 했었다. 그게 나를 위해서 또한 내가 속한 자리에서 나와 함께 있어주는 분들께대해 내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의무이자 책임이었다. 결국에 나는 내 본성적인 욕구와는 다른. 완전히 다른. 선택을 해야만 했었다. 그래야만 했었다. 그래서 선택하기로 했다. 굉장히 어색했다 속된 말로 쪽팔리기도 했고 무언가 민망하기도 햇다 내가 누군가에게 먼저 손을 내민다는 것이 참 부자연스럽게 느껴졌었다. 그리고 또한 상대가 나에게 다가오는 것들도 어색하고 불편했었던 적이 적지 않았었다. 중도를 지향하면 좋았을 것을 항상 왼쪽 아니면 오른쪽 둘 중에 하나만을 주로 선택하며 살아왔었다. 저울의 무게가 왼쪽 오른쪽 서로 비슷하여 평형의 상태를 유지하면 좋았을 것을 나의 저울의 무게는 항상 한 쪽으로 지나치게 기울어져 있었다. 근본적인 질문도 나 스스로에게 던져 본 적이 있었다. 무엇이 문제인 것일까 내가 잘못된 사람인 것일까 장애물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모든 게 나만의 책임은 아니지 않은가 다른 사람, 다른 상황의 책임으로 돌려서도 안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모든 것들이 나만의 잘못은 아니지 않은가. It’s not my fault. It’s not your fault. 지구가 태양의 주변을 돌아가듯이 예상치 못한 곳에서 자연이 변화해가듯이 우리네 시간들도 그렇게 돌아가고 그렇게 변화해가고 그렇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냥 그런 것일 뿐일 수도 있다. 물론 그렇게 일어나는 것들 안에는 인간의 모든 희노애락도 함께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 그러한 희노애락은 피할 수만은 없기에 지금도 끊임없이... 어디선가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을 것이다. 그 곳이 우리 주변이든 그렇지 않든,,, 칼로 무를 베어 내듯 우리네 세상을 반으로 가를 수도 없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갈라질 수 있는 세상이 아닌가보다. 베어내고 싶었지만, 잘라내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는가보다. 지구는 둥글다. 태양역시 둥글다. 둥근 원안에 우리 모두가 놓여 있다. 그리하여 언젠가 다시 그 곳에서. 서로가 멀어졌던 그 자리에서 우리는 다시금 마주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게 삶인가 보다. 그게 시간인가 보다. 그게 우리의 숙명인가 보다. 받아들이고 안 받아들이고는 온전히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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