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 John

Fr. John

현정수 신부의 공식 웹사이트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에 대한 미련이 남아서일까 ??도서관에서 헤세에 대한 작품들을 어떤 설렘과 기대들을 가지고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 중에 첫 번째로 눈에 들어온 것이 헤세의 어릴 적 경험을 실제로 다룬 <나비>라는 짤막한 소설이었다.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서술된 작품이면서 동시에 그가 직접 겪은 일들을 바탕으로 쓰여진 글이라 그런 것인지 ??헤세의 특정 유년 시절로 초대되어 그 시간을 함께 하고 있는듯한 느낌을 받으며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한창 자신만의 관심사에 서서히 눈을 뜨기 시작하는 8~9살 여느 어린이답게 주인공 역시 학업와 친구 외에 그만이 몰두할 수 있는 나비수집이라는 작업에 흥미를 넘어서 강한 집념과 열정을 갖기 시작하게 된다. ??근데 왜 나비였을까. 날아다니는 생물에 관심이 있었던 것 같은데 벌도 아니고 참새도 아니고 독수리도 아닌 나비..? ??아마 나비에게 달린 날개들의 아름다움과 그 찬란함에 매료되었던 헤세만의 감성이 묻어난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개신교 선교사인 아버지의 엄격한 훈육 속에서 답답함과 갈증을 느끼며 자랐을 헤세가 동경해마지않았던 자유로움까지 잘 나타내 주었던 것이 나비가 아니었을까 싶다. ??어른이 된 나의 눈에는 조그마하며 그리 높게 날지 못하는 나비보다는 저 위를 마음껏 또한 보다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매나 독수리가 훨씬 멋있게 보일 뿐이니...이러한 현재의 내가 혹여 아이들만의 순수하고 순결한 세계 에서 너무 멀리 지나와 버린 것은 아닐까 싶은 마음이 들어 약간의 씁쓸함을 느끼게 되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나만의 유년시절을 회상해 본다면 나또한 독침을 내뿜는 벌보다 그리고 크고 뾰족한 부리를 지니고 자기보다 작은 새나 벌레를 무참히 공격하는 매나 독수리보다는 알록달록한 다채로운 색깔을 지닌 꽃 위를 여기 저기 옮겨다니며 사뿐히 날개를 피며 날아다니는 나비들을 훨씬 더 좋아했던 기억이 나니 그 사실 하나로 나역시 순수하고 달콤했던 어린아이였었겠지..하는 마음에 피식 웃음이 나더라 ??무튼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 본다면 , 아름다운 것에 대한 탐닉과 그에 대한 소유욕 또는 집착에 대한 본능이 살아나기 시작하는 주인공은 자신이 가진 것보다 더 특이하고 귀한 그래서 그만큼이나마 쉽게 볼 수 없었던 갈색의 점박이 나비를 수집했다는 같은 학교 동급생인 친구 에밀의 소문을 듣게 된다. ??그리고 그 소문의 진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에밀의 집으로 찾아가는데 우연인지 필연인지 에밀은 집에 없고 그 틈을 타 소문으로만 듣던 그 희귀한 나비를 발견하곤 부러움을 넘어 묘한 질투심을 느끼며 나비를 자신 호주머니에 넣고 집으로 도망가버린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어머니의 충고에 따라 다음날 에밀에게 돌려주기 위해 그에게 다시 돌아가는데 ??이미 주인공 어린 소년의 호주머니에서 으스러져버린 점박이 나비.. 이를보며 경멸의 찬 눈으로 소년을 을 바라보며 나즈막히 말하는 에밀. "그래. 너는 그런 자식이란 말이지." 하고선 돌아선다. ??예상치 못한 에밀의 반응에 크나큰 수치심과 모멸감을 느낀 주인공은 자신이 수집해왔던 나비들을 비벼대며 모두 가루로 만들어 버리는 것으로 이 이야기는 끝이 난다. ??그런데 8~9세의 여느 아이라면 보통 울며불며 자신의 분노와 슬픔을 밖으로 표출했을 성 싶은데 친구 에밀은 도대체 뭐지?.하는 의문이 잠시 들었다. ??그리고 역시나 어린 주인공이 느끼기엔 에밀의 반응은 너무나 놀랍게도 교활하고 잔인했다. ??헤세가 느꼈을 충격과 불안을 크게 두각시키게 위한 장치였을까 아니면 어린 헤세옆에 정말로 그런 친구가 존재했었던 것일까 ??전자든 후자든 어떤 이유에서건 헤세는 어느 순간 자신의 오랜 열정의 대상이었던 나비와 작별을 고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 시작점이 자의였는지 타의였는지는 헤세 자신만이 알고 있는 그의 비밀 섞인 추억으로 독자들에게 남겨주고 싶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후로 헤세가 다시 나비 수집에 대한 열성을 되찾았을지 아니면 잔인한 나비 채취가 아니라 어여쁜 나비를 그저 어여쁘게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했을지 우리는 모른다. ??어쩌면 인간 안에 잠재되어 있을지 모르는 억압과 분노 타인의 시선안에 갇히고 싶지 않은 자신만의 어떤 일탈과 자유로움 또는 그 자유에 대한 또다른 의미의 속박과 허망함을 헤세는 <나비>를 통하여 풀어나가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성인이 되었을 무렵 우리의 헤세는 독서나 글쓰기 외에 어떤 대상에 몰입해 있었을까? 가족? 친구? 아니면 그에 대한 비평과 찬사? ??동시대를 살지 않은 나로서는 알 길이 없으나 오랜 방황을 끝내고 평화로이 잠들듯 생을 마감하며 이전보다 행복했을 그리고 이전보다 자유로웠을 헤세이기를 바래본다.